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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탄의 끝에서, 국가는 무엇을 남겼는가

2025년의 마지막 성탄절이 지나고 있다.

성탄은 위로의 언어이자, 동시에 성찰의 요구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국가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권력은 국민의 삶을 얼마나 덜 무겁게 했는가, 제도는 사회의 불안을 얼마나 덜어주었는가. 그러나 올해의 대한민국은 안정과 희망보다는 피로와 분열의 기억이 더 짙다.


정치의 책임은 가장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여전히 갈등의 정치를 반복했고, 협치는 구호로만 남았다. 필리버스터 중단 논란과 속도전에 가까운 입법 과정은 민주주의가 절차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다. 다수의 힘은 법을 만들 수 있지만, 정당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수의 목소리를 견디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다수의 신뢰도 잃게 된다. 민주주의는 빠른 결정이 아니라, 숙고된 결정을 통해 완성된다.


경제는 국민의 체감 온도에서 가장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고환율과 경기 둔화, 생활비 부담은 숫자가 아니라 일상의 불안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과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일관된 방향이다. 단기 처방이 반복될수록 신뢰는 소진된다.

 

경제 정책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위기 관리만 반복한다면, 불안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논쟁 또한 한 해 내내 이어졌다.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복지 확대 여부를 넘어, 국가가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감은 정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제도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한정된 재정 속에서 우선순위 없는 복지는 지속될 수 없다. 연말에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정책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솔직한 설명이다.


언론 환경을 둘러싼 갈등 역시 심화됐다.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규제 강화는 시대적 과제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진실은 권력의 기준으로 재단될 수 없다. 법이 진실을 독점하려는 순간, 사회는 더 큰 불신에 빠진다. 책임 있는 언론, 비판적 시민의식, 투명한 권력이 함께 작동하지 않는 한, 어떤 규제도 해법이 될 수 없다.


외교·안보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동북아 정세는 작은 발언 하나에도 긴장이 증폭되는 구조다. 강경한 언사가 곧 안정을 의미한다는 믿음은 위험하다. 외교는 체면이 아니라 국익이며, 안보는 구호가 아니라 신뢰의 축적이다. 원칙 없는 강경함은 외교의 공간을 좁히고,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 균형과 일관성, 그리고 예측 가능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탄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힘 있는 자가 낮은 곳을 돌아보고, 빠른 결정 대신 바른 결정을 선택하라는 요청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 앞에서 겸손해야 하며, 국가는 불편한 질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연말 대사설이 던져야 할 질문도 여기에 있다.


2025년, 국가는 무엇을 남겼는가?
분열을 관리하지 못한 정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경제, 원칙 없이 흔들린 정책, 신뢰를 쌓지 못한 소통. 이것이 올해의 기록이라면, 새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시작해야 한다.


연말은 끝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시간이다. 국가는 지금, 국민의 삶을 향해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 선택이 2026년의 대한민국을 전망해 보는 끝 자락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