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말의 해가 지닌 역동성과 불의 기운은 늘 변화와 전환을 상징해 왔다. 그러나 새해가 단지 달력의 교체에 그친다면, 병오년의 의미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새해는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성찰하고 무엇을 바꾸려는가에 따라 비로소 시작된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균열을 겪었다. 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도의 신뢰 상실,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 그리고 분열을 부추기는 언어들이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었다. 성장과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 원칙이 후순위로 밀려났고, 그 결과 사회 곳곳에는 피로와 냉소가 깊게 스며들었다. 문제는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대한 태도였다.
병오년은 결단의 해여야 한다. 불합리와 타협해 온 관행, 불법과 부정을 눈감아 온 구조, 책임을 남에게 전가해 온 정치와 행정의 오래된 습속을 과감히 끊어내지 않는다면, 새해는 또 하나의 반복된 실망으로 기록될 것이다. 새 출발은 미봉책이 아니라 원칙의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공적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의 자세는 새해의 성패를 좌우한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 말로만 책임을 말하는 무책임,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병오년의 리더십은 속도보다 방향을, 편의보다 정의를, 진영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권한은 특권이 아니라 책무임을 다시 새겨야 한다.
경제와 민생 역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불확실한 세계 질서 속에서 성장의 열쇠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다. 노동이 존중받고, 기업이 책임을 다하며,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는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고려한 구조 개혁이 병오년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각성이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참여의 총합이다. 무관심은 가장 위험한 방관이며, 냉소는 공동체를 잠식하는 독이다. 병오년의 시민은 비판하되 사실에 근거하고, 요구하되 책임을 함께 지는 성숙한 시민이어야 한다. 사회를 바꾸는 힘은 결국 아래에서부터 나온다.
2026년 병오년의 새해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관성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불편하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할 것인가. 말의 기운처럼 힘차게 나아가되, 불의 기운처럼 불순물을 태워낼 용기가 있는가를 묻고 있다.
새해는 약속이다. 원칙을 회복하겠다는 약속, 공정을 되살리겠다는 약속, 미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넘기겠다는 약속이다. 병오년의 첫날, 그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이 새해는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