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귀국 협상, ‘내로남불’ 협상 논란 피하려면

  • 등록 2025.09.10 22:31:42
크게보기

해외에 파견된 우리 근로자 귀국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은 하루빨리 안전한 귀국을 원하지만, 정부는 ‘조용한 외교’라는 명분만 반복할 뿐 구체적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현 정권이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전임 정부의 늑장 대응을 “무능과 무책임의 외교”라며 강하게 질타했던 당사자라는 점이다. 이제는 정권이 바뀌었을 뿐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으니, 국민이 “내로남불”을 외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외 근로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정부의 최우선 책무다. 과거 해외 피랍 사건, 전염병 확산, 전쟁 발발 등 긴급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뒤늦게 전세기를 띄우거나 협상을 통해 귀국을 지원했지만, 과정에서 신속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마다 야당은 “국민의 생명을 외면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여당과 정부는 “협상은 민감하다”는 이유로 침묵을 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국민은 정부의 말을 믿기보다 각종 소문에 휘둘리고 있다.

물론 외교 협상에는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협상 세부 조건이 아니라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신속·일관되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다. ‘조용한 외교’라는 말은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만 설득력을 가진다. 협상 진척이 없고 귀국 일정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조용한 외교가 아니라 무대책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자국민 보호를 위해 상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외무성이 위기관리센터를 24시간 가동하고, 자국민이 위험지역에 있을 경우 실시간 위치 파악과 귀국 지원 핫라인을 운영한다. 미국은 국무부와 대사관이 함께 ‘STEP(스마트 트래블러 등록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체류 자국민을 등록·관리하고, 위기 발생 시 대피·구출 작전을 신속히 시행한다. 독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위기대응팀(Krisenstab)’을 가동해, 귀국 항공편 마련부터 심리 상담까지 종합 지원을 한다. 이런 체계적 대응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불필요한 정쟁을 막는 효과가 있다.

정치권의 책임도 무겁다. 야당 시절에는 “강경 대응”을 외치던 세력이 집권하자마자 “신중 대응”으로 입장을 바꿨고, 과거 정부를 옹호하던 세력은 이번에는 “정부 무능”을 비난한다. 이런 정쟁의 반복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더할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 교체에 따른 외교 기조의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누가 집권하더라도 일관된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 경과를 주기적으로 알리고, 귀국 지원 계획과 예상 일정, 긴급 대책을 공개해야 한다. 외교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아닌 책임 장관이 직접 나서 설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근로자·국민 보호를 위한 상설 대책본부와 표준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재발 때마다 똑같은 혼란을 되풀이하는 나라는 선진국일 수 없다.

국민은 정쟁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 근로자 귀국 협상은 정치적 공방의 재료가 아니라 국가의 품격과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정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책임 있는 외교, 투명한 설명, 신속한 대처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관리자 기자 pub9992@daum.net
Copyright @2005 원투원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 33길 28 우림이비지센터 1차 1306호 TEL 02) 6264-8226(대) e-mail : pub9992@hanmail.net, 발행인겸편집인:김남구 등록번호:서울 아 00025 (2005.8.24) Copyrightⓒ2005 원투원뉴스, All rights reserved.